좋은 글 감상-서용주(나무꾼이 되던 날)
좋은 글 감상 - 서용주 글
나무꾼이 되던 날
1학년 B반 : 서용주
날씨가 매우 좋았다. 형님은 새벽에 일터에 나가시고, 어머님께선 시장에 나가셨다. 누님이 지어주시는 아침을 급히먹고 있는데 광우가 낫을 한 손에 들고 도시락을 옆에 끼고 대문을 들어섰다.
「나 보다 빨리 서둘렀군.어서들어와 」
「들어가고 뭐고 난 지게를 잘 수리할게 빨리 먹기나 해 」
모든 준비가 다 되어서 대문을 나섰다. 한짐을 잔뜩지고 오리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광우도 역시 그러하였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길에 들어섰다.
나무하러 가는 사람이 얼마 안되었다.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솔솔 봄바람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참 시원한 바람이다. 그 바람을 한번 들여 마셨다가『휴』하고 밖으로 내 보낸다.
「야 ! 참 기분이 상쾌하구나. 언제나 이러한 공기를 들여마셨면 ....」
여기서 부턴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콧노래가 지나면 정말 즐거운 명곡이 흘러나온다.
『 오 스잔나 』『 캔터기 옛집』『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 등
있는 것 없느 것 닥치는대로 불러댄다. 하나가 노래하면 옆에선 빼스를 넣느라고 야단이다.
누가 보았다면 참 즐거운 나무꾼들이라 하겠다.
어느덧 장천에 들어섰다. 아담한 초가집들 집 둘레에 싱싱한 나무들 졸졸 흐르는 시냇물. 그속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농부들, 모두가 부럽기만 하다.
『이랏』 일하는 농부들의 목소리도 풍년을 예언하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서 살았으면 정말 행복할거야 」 아우성 소리, 기계소리,
자동차소리 속에서 살고있는 야박한 도시 사람들의 마음과 비길바 없다.
원암이란 동네를 지나서 목적지인 나무터에까지 왔다. 보이는 건 진달래꽃에 분홍색이 된 산들만이 말없이 있을 뿐이다. 나무를 하기 시작했다.
「슥슥」 톱 소리 만이 들린다. 한참을 하고 나니 땀이 흐른다.
그러나 솔솔 바람이 어느틈엔가 불어와 내 더위를 덜하게 하여 주었다. 한짐을 잔뜩하여 놓고 시냇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 먹는 밥이 되어서 그런지 맛이 매우 좋았다.
「 이젠 집으로 향해서 출발이다 」
처음에는 걸음이 빨리 하였으나 차차 힘이 빠지기 시작했던지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숨을 헉헉 몰아쉬는 꼴이란 즐거운 나무꾼이 아니라 가엾은 나무꾼이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과수나무가 있는 고개 마루까지 왔다.
지게를 내려 놓고 속초시가지를 바라보았다. 작으마한 초가집들, 웅장한 기와집,아담한 양옥집들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었다.
「 야 광우야 저 집들을 봐 작으만하게 보이는데 마치 장난감 같아 」
「 정말 그렇구나, 이집들을 한번 스캣치 해 봤으면 좋겠다.
내 마음껏...」
그림을 좋아하는 광우는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집 대문을 들어서니 누님이 반가이 맞아들인다.
저녁을 먹은 후 광우와 동생 나 셋이서 목욕탕엘 갔다. 탕 안에 들어가서 한잠을 자고 나니 더 노근해지는 것 같다. 밖으로 나오니 봄 바람이 더 파고 든다. 「목욕을 하고 나니 한결 가볍구나」 집에 들어오니 어머님이 들어오셨다. 아하 하품을 한번 크게 하고나서 꿈나라로 들어갔다.
내일을 준비한 오늘 하루가 여물어 간다. 끝.
1962년 6월 2일 발행
속초고등학교 개교 10주년
교지 설악에 실린 글임
제11회 회장 이춘복
교지 설악 - 원문
서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