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초/속초초 제5회-동창

[스크랩] 박익훈 옹의 미시령 이야기

설악산 대청봉 2009. 5. 28. 10:54

박익훈 옹의 미시령 이야기 

[출처] 박익훈 옹의 미시령 이야기|작성자 노프라블

 

미시령은 원래 옛날에는 미시타령이래요, 아득할 미(), 화살 시() 자가 아니라 때 시()자래요. 그건 뭔고 하니 아득한 시간이 걸려야 그 재를 넘어 갈 수 있다. 그 말이래요.

 

그러나 몇몇 사람들이 그 내력을 모르니까, 요즘에 와서 미시 이게 활에 관한 거다 하는데 이건 잘못된 거래요. 미시령은 때 자다. 미시령은 본래는 대관령도 그렇고 무신 재든 간에, 재 밑에는 역이 있어요, 역마을.

 

지금 우체국 같은 거. 통신 역할, 물건을 운반하고. 그렇다면 역에는 사람 타는 말이 있고, 짐 싣는 말이 있거든. 역이 크면 클수록 말이 많지요. 근데 미시령 밑에는 원암역이 있었어요.

 

원암역에 대해서 이런 말이 있어요. 그 원암역은 고려에는 장천리에다 역을 만들려니까, 장천리 사람들이 반대했다 이거예요. 역 사람이란 상놈이다 이거요.

 

옛날엔 양반이 사는 동네에 어떻게 역을 만드냐 안 된다 이거야. 김 진사란 진사가 장천에 났대. 진사 같으면 생원인데 양반이지. 진사 난 마을에 양반마을에 어떻게 짓냐 말이지. 그래 할 수 없이 원암이란 데로 옮겼어. 원암, 이 미시령 밑에. 그 원암역에 가면 서낭봉이란 게 있어요.

 

동네 한복판에 큰 능같이 돼있어요. 근데 그걸 서낭당이 있다고 해서 그 봉을 가보면 마을 한 복판에 어디서 왔는지 묘 같이 생겨서. 그것이 서낭봉이다 이거지. 그 서낭봉은 미시령을 넘어가는 사람은 반드시 서낭당에 와서 제사를 올리고 넘어가야 무사하다 이거야.

 

왜 그런고 하니 옛날 도적이란 게 있었어요. 산 꼭대기에 있다가 사람이 짐 싣고 지나가면 장사꾼같이 물건 뺏기고 죽이고 그러지. 그다 제사를 지내고 가야 무사하다. . 그래서 서낭봉.

 

그리고 미시령 꼭대기 다 갈 무렵에 얼마 안 남겨 놓고 왼쪽으로 촛대 겉은 바위가 아주 묘하게 생긴 게 있었어요. 그 바위를 우리말로 잘 바위라 하고 한문은 숙암이라고 해요. 왜 그런고 하니 옛날에 재가 험하고 기니까 사람들이 거기서 자고 갔대.

 

거기에 주막이 있었지. 그 너메 넘어가면 도적소란 게 있어요. 지금은 산비탈로 길이 났지만 옛날에는 골짜기로 댕겼다 이거야. 고 밑에 도적소에 가보면 그 밑에 길이 조그마한 게 있는데, 그 밑에 물이 흘러가는 조그마한 폭포가 그 밑에 있다. 도적놈들이 고 밑에 기다리고 있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면 물건 뺏고 돈 뺏고 그 소에 집어넣어 죽였다. 그래서 도적소라.

 

그런가 하면 彌時嶺에 대해서 맨 꼭대기에 가면 미시령이라는 이승만 대통령 휘호가 있어요. 거기엔 彌矢嶺이라고 역시 화살 시()자로 돼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이 화살 자로 써놨는데 왜 때 ()’자라고 하느냐 하는데, 어찌 대통령이 대한민국 팔도강산을 다 아는고? 여기 사람이 그렇게 써 올렸기 때문에 그렇게 썼지. 대통령이 알아서 쓴 게 아니거든.

 

그 잘못 써 있지. 이 박사 호가 우남이거든. 그 앞에 써 있지. 근데 그게 또 재미있는 얘기가 택당 이 선생이 쓴 것에 여기에 가면 영랑호 저쪽으로 간성군 토성면이 있는데, 토성면에 애남이란 백정이, 여기에 영월 넘어 가가지고 너무 험해가지고 못 다니니깐. 미시령, 그때는 오색령, 지금 그러니까 한계령으로 넘어 다녔거든.

 

그 한계령을 양양사람은 오색령이라 하고 인제 사람은 한계령이라 하고. 왜 그런고 하니 양양사람은 오색이라 하냐면 한 나무에 오색꽃이 핀다고 하는데 그건 틀렸고. 거기에는 돌에 오색이 많다고. 그래서 충청도 보령에 가면 비가 있어요. 그 비문에 뭐라 써있냐 하면, 오색 골짜기에는 돌이 오색이다. 그걸 비문을 못 본 사람은 나무에 오색꽃이 핀다고 잘못된 얘기를 한다니까.

 

오색령에서 인제쪽으로 흘러가는 물을 한계천이라 하거든 한계리에 있다 해서 한계령이다. 그래 길을 닦을 때 군인 둘이 저쪽에서 와서 닦으니 한계리만 알았지. 이쪽에서 오색이란 것은 몰라. 근데 거기에 옛날에는 공무원들이 한계령을 넘어서 이쪽으로 오색으로 왔거든. 그 사람들이 잘 때 어디가 자냐? 그래서 역이란 공무원 뭐 이런데 대해서 필요한 게지.

 

그래 말도 암행어사 마패가 있는데. 그건 신분증이래. 토성면 사람이 백정 되는 사람이 장사하러 갔다 말이지. 여기서 해산물 사가지고 그 미시령을 넘어서 저쪽 가가지고, 영서지방에다가 팔고 판 돈으로 곡식을 사가지고 넘어왔지.

 

물물교환, 그러고 오는데 곡식을 말띠에다가 싣고 오는데 눈이 많이 왔어 통고지설(通高之雪), 통천과 고성 사이에는 눈이 많이 온다. 양간지풍(襄杆之風)은 양양과 간성 사이에는 바람이 세다.

 

그도 택당이 써 놓은 데 보면 그 바람이 천후산에서 나온다. 그래서 바람이 세다 이거야. 근데 백정이 넘어 오는데 눈이 와 놓으니까 오기 힘들 꺼 아냐. 오다가 눈사태를 만나 가지고 아들이 말과 함께 굴렀네. 아버지 혼자 아들을 구할 재주 없지. 그 할 수 없이 집에 혼자 돌아왔다. 그래 집에서 죽은 혼을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고 송장을 찾으러 인제 눈이 좀 녹아서 아흐레 지나서 갔단 말이지. 가 보니까. 눈이 좀 녹아서. 아들이 굴러 간 자리를 이래 가보니까 이만한 구멍이 하나 있더래요. 그래서 구멍 안을 보니까 뭔가 그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더래요.

 

그래서 애남아애남아…” 하고 부르니깐. 대답을 하더래요. 그래서 이야 애남이 죽은 귀신이 저기 있다. 이 아무도 구멍에 대고 얘기 할라 하지도 않고, 들어 갈라 하지도 않더래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가서 니 애남이 맞나?’ 하니, ‘맞다이기야. 그럼 애리 내 보이더래요. 아 맞다. 그래서 파고 들어가니까 살았더래요. 그 어째 살았느냐 하니 이 놈이 말하고 같이 구불었는데 말은 간 곳 없고 어디간 데 없고, 안장하고 같이 구불었다. 바위가 이마한 게 있는데 그게 바위 위에 탁 걸렸네. 공간이 생겨가. 눈이 와도 그 속에 들어가서 있으니까 죽지 않고.

그래 안 춥드나?”

하니 눈속이라 안 춥드래요.

뭘 먹고 살았느냐?”

하니 말 안장 가죽을 뜯어먹고, 물은 눈을 먹고 살고,,,,

그걸 사실 그대로 써 놓은 게 있어요.

 

 

<박익훈, ·84, 교동, 1999. 12. 1/ 속초문화원>

  

출처 : [밉상]의 어줍잖은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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